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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장수술을 하다 1부
    일상 2012. 9. 18. 23:55

    맹장수술을 하다 1부 http://ryper.tistory.com/19

    맹장수술을 하다 2부 http://ryper.tistory.com/20

    맹장수술을 하다 3부 http://ryper.tistory.com/21

    맹장수술을 하다 4부 http://ryper.tistory.com/22

    맹장수술을 하다 5부 http://ryper.tistory.com/23





    별일이 아니었었다


    그냥 배가 약간 아픈정도였고, 가벼운 감기증세가 있었을 뿐이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얼른 가서 약이나 받아오자고 갔던 병원행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던 5내과 과장님은 배를 눌러보시더니 "어~? 이거 좀 안좋은데?"

    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나를 초음파검사실로 보냈고,, 

    8mm라는 검사결과와 함께 나는 맹장염 판정을 받았다.

    (진주의료원에 손님이 적은 덕분에, 복통 진료에서 초음파검사, 맹장염진단까지 딱 1시간 걸렸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겉으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장이 꼬여서 뒹굴거리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병원에는 빠르게 달려서 들어왔던 나였기에

    8mm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좀 쉬고 항생제 좀 처방받으면 낫겠다는 생각에

    외과 과장님한테 다음에 치료하겠다고 말을 하고선 병원을 나와버렸었다


    그러고나서 약간의 인터넷 검색과 여기저기로의 수소문 끝에 이게 큰 일이 터질 징조라는 걸 알게되었다

    보통 초음파로 검사했을때 3mm정도로 확인되는 충수가, 심한 염증에 8mm로 확인될 정도로 

    부어올랐다는 것은 곧 터질것 같다는 경고였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병원을 찾아가 수술 일정을 잡고 수술에 들어갔다

    전날 밤, 처음 겪는 수술이라는 느낌에 새벽까지 뒤척거렸었다



    금요일 아침일찍 병원을 찾아가 가볍게 체혈을 하고, 마취와 관련된 신체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기다리다가 10시경 응급실침대에 누워서 수술 시간을 기다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뭔가 떨리고,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와중에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려고 링겔 주사 바늘중에 가장 굵고 크다는 수술용 바늘을 들고 다가오는

    간호가에게 별 의미없는 말들을 건네기도 했고, 앳되어 보이는 그 간호사가 혈관을 찾지못해

    바늘을 2번 찔렀다가 뺄때까지 괜찮다면서 다독거려주기까지 했다

    물론, 수술용 바늘은 정말 눈물나게 아팠다

    너무 아파서 간호사에게 화는 내고도 싶었지만, 당황한 듯한 눈빛에 그냥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이러던 사이 수술 시간이 되었고, 나는 응급실 침대에 누은채로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거쳐 3층 수술실로 이송되었다

    평소 병원관련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천장의 보드들이 눈앞에 휙휙 지나 가고,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맞춰서 있는 형광등이 하나씩 스쳐가는 장면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러고는 자동문 하나가 스르륵 열리면서 내가 탄 침대는 수술실로 들어섰다



    수술실은 정말 느낌이 이상했다


    일단 온도가 바깥보다 2~3도 정도 낮은 것 같이 으슬으슬한 기운을 뿜어댔고,

    벽면은 온통 타일같은걸로 되어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수술실 침대에 도착해서는 응급실 침대에서 수술침대로 건너가 눕는데,

    이 수술침대만을 강렬하게 비추는 조명이 으슬으슬한 느낌을 더해가기만 했다

    나는 잔뜩 긴장하고 얼어붙어있었던 것이었다


    그걸 아셨는지 마취담당 선생님은 나에게 (재미없긴 했지만) 농담도 건네시면서

    내 긴장을 풀려고하셨고, 허세가 쩌는 나는 그 농담을 받아치면서 한껏 여유를 뽐내기만 했다

    그러다 내 얼굴위로 뭔가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마스크가 씌워졌고


    하나,,,


    둘,,,



    셋..... 그리고 기억이 없다




    .

    .

    .

    .

    .

    .

    .

    .

    .

    .

    .

    .

    .

    .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면, Mr.Anderson이 빨간약을 먹고 거대한 발전소에서 네오로 깨어나는 장면이 있다.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 기억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점엔 뭔가 정신이 없고 주변이 북적거렸다

    왼쪽에 초록색옷을 입은 간호사(30살이라고 한) 한분과 오른쪽에 그보다 조금 나이가 있으신 간호사분이

    내가 누은 침대를 끌고 나오셨던 것 같다

    그리고 자세한 기억이 남아있진 않지만, 아마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나 = "A선생님 고맙습니다" "B선생님 예뻐요" "C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등등등등등등등등......

    B선생님 = "정말요? 딱 좋네 나이도 같은 서른 살이고"

    C선생님 = "B선생님 실제로 보면 안그럴텐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서 지금 눈을 감고 있어욬ㅋㅋㅋㅋㅋㅋ"




    뭐야이게!!!!!!!!!!!!!


    아마 그때 내 상태는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술을 잔뜩 먹어서 필름이 간혈적으로 끊기는 딱 그 상태~!!

    눈앞에 뵈는 것도 없고, 기억도 거의 없는...


    나중에 생각해 낸 것이긴 하지만,, 수술을 끝내고 나왔을때 내 눈엔 건조함을 방지하는 연고가 발라져있었다

    내가 수술내내 눈을 부릅뜨고 있었나?


    뭐,, 이런건 기억에 없는 부분이니,, 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그건 내가 아니라고 치자



    -잠이 오는 관계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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